![[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로또, 투자가 아닌 단순 확률게임](https://img.khan.co.kr/news/2023/06/22/l_2023062201000742700069392.jpg)
우리나라 로또는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힌 사람이 1등에 당첨되는 방식이다. 지난주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은 모두 12명이었고 각자 22억원의 상금을 받게 되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말 부럽다. 로또 한 장을 사면서 우리는 희망도 함께 산다. 당첨되면 부모님께 아파트를 사드릴지, 차를 바꿀지, 행복한 고민을 며칠 이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등 당첨확률은 얼마나 될까?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1등 당첨확률을 알려면 전체 가능한 가짓수를 계산해야 한다. 먼저, 첫 번째 숫자에는 모두 45개의 가짓수가 있다. 앞에 나온 숫자가 다시 나올 수는 없어서 두 번째에는 44개의 가짓수, 세 번째에는 43개의 가짓수가 있다. 이 가짓수를 차례로 여섯 번 곱한 45×44×43×42×41×40을 계산하면 60억 정도가 된다. 6개 번호의 순서가 뒤바뀌어도 여전히 당첨번호라는 것을 고려해 이 값을 보정하면, 로또 1등 당첨확률은 약 800만분의 1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매주 1억장 이상의 로또가 판매되니 지난주 1등 당첨자 수 12명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당첨확률이 아무리 작아도 많이 팔리면 누군가가 당첨된다. 그 누군가가 내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이다. 당첨을 크게 기대하지 마시라.
지금까지의 당첨번호를 모아서 살펴보면 어떤 번호가 다른 번호보다 더 자주, 혹은 더 드물게 관찰된다. 하지만 더 자주 나왔던 번호라고 해서 다음주에 당첨될 확률이 더 높은 것은 아니다. 번호별 당첨횟수의 차이를 통계학의 방법으로 살펴보니, 6개 번호가 독립적으로 마구잡이로 결정된다는 가설을 기각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결과가 얻어졌다. 당첨번호 예측은 불가능하다. 정말로 당첨번호를 높은 확률로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분이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유료 회원을 모집할지, 아니면 자신이 예상한 번호로 로또를 단돈 1000원에 구매해 수십억원을 벌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이런 사이트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당첨번호는 무작위로 정해져도 1등 당첨자 수는 큰 폭으로 변할 수 있다. 자기가 원하는 숫자 6개를 직접 골라 적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1, 2, 3, 4, 5, 6을 손으로 직접 적어낸 구매자가 1만명이어서 지난주 당첨번호인 16, 18, 20, 23, 32, 43을 적어낸 구매자 12명보다 훨씬 더 많다면 어떨까? 두 경우 모두 정확히 같은 800만분의 1정도의 확률로 1등에 당첨되지만, 정말로 다음주에 1, 2, 3, 4, 5, 6이 당첨되면 1등 당첨자는 기껏해야 3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금을 받게 된다.
실제로 이렇게 6개의 번호를 순서대로 적거나, 용지의 세로 방향으로 나란히 6개의 숫자를 적어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다음에 로또를 구매할 때는 사람들이 고르지 않을 것 같은 번호를 고르거나, 어떤 번호를 고를지 고민이라면 무작위로 자동 생성하는 것이 더 낫다. 당첨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당첨될 때 받게 되는 상금의 측면에서는 그나마 나은 방법이다.
1등 당첨이 많이 나온다는 로또 명당 판매점도 허상이다. 1등 당첨자가 어쩌다 여러 번 나온 판매점이 있으면, 이후에는 명당으로 소문이 나서 더 많은 로또가 팔리고, 결국 다음에 또 당첨자가 나올 확률이 더 커진다. 소문일 뿐이어도 정말로 로또 명당이 된다. 하지만 굳이 그곳에서 로또를 산다고 해서 내가 산 로또가 당첨될 확률이 큰 것은 아니다. 아무 판매점에서나 로또를 구매해도 내가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어디서나 같다.